04_교회_主_성광

떡과 복음 이야기

전동키호테 2009. 7. 20. 08:18

복떡방 이야기
이 세계에 뛰어들기 전 직장에 다닐 때는 한비야 씨나 김혜자 씨의 책을 보면서 해외원조단체와 긴급구호활동 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었던 것 같다. 사실 그렇게만 생각하면 훨씬 유명하고 큰 단체도 많은데 기아대책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떡과 복음'이라는 가치 때문이었다.

 

떡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떡을 주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구제에 대해 생각하는 부정적인 측면의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구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남의 도움만 받아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실질적으로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우물 하나를 떡 하니 퍼준다고 해도 그것은 잠시뿐 그 마을 사람들이 그 우물에 대해 주체의식(?)이 없다면 우물이 고장나도 아무도 고치려고 하지 않고 결국은 녹슬어 못 쓰는 우물이 된다고 한다. 에이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무리 비싼 약을 갖다 주어 고쳐주려 해도 그들 사이에 퍼져 있는 미신, 에이즈에 안 걸린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가 낫는다는 헛된 믿음을 바꾸지 않는 한 성폭행을 통한 에이즈의 대물림을 끊을 수가 없다.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어린 아이 사망 원인의 80%가 설사라는 통계도 있듯이, 에이즈나 말라리아가 아닌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으로 많은 아이들이 죽는 것을 손을 잘 씻는 것부터 교육하기만 해도 예방할 수 있다니 무조건 돈을 보내고, 무조건 약을 퍼줘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떡과 복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복음뿐이다. 100년 전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들이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청년들을 교육시키고 오래된 나쁜 습관을 버리게 했던 것처럼 그들에게는 복음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되게 하기 위해선,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공동체를 살리고, 다른 공동체까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선 복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죽어가는 이들에게 복음만 들이대는 것은 예수님의 방법이 아닌 것을 안다. 예수님의 사랑과 긍휼히 여기심의 방법이 아니라면 그것은 또 하나의 종교전쟁을 야기할 뿐이다. 떡과 복음이 함께 갈 때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난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키르키즈스탄 선교여행에서 만났던 선교사님이 잠깐 귀국하셔서 교제할 기회가 생겼는데 복음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신 것이 자꾸 내 마음을 울린다. 우리가 아무리 '복음'을 정확하게 이야기해도 현지인이 받아들이는 복음은 그 내용만이 아니라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는지 그들은 우리보다도 더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한다. 우리의 우월감과 교만함은 복음을 복음이 되게 하지 않는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우리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으시고 선택할 자유의지를 주시면서 배려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용서해주시고, 주릴 때 먹이시고 아플 때 고치시는 은혜를 베푸신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할 때 복음이 복음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아대책이 20주년을 맞아 '떡과 복음'의 사역이야기 『복떡방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해 다시 한 번 떡과 복음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떡만으로도 아니고 복음만으로도 아니고, 특히나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전할 것이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적용할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는 모습에 적용해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떡과 복음'이 이 땅 우리 지역에도 필요하지 않은가. 교회가 욕먹는 것을 더 이상 보기 싫다면 예수님의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복음, 그 떡과 복음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은 바로 사람, 우리 자신이니까.


권다은 - 기아대책기구 간사  (Young2080 큐티진 2009년 7월호에서 가져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