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큐티(Live QT)
내 어머니는 연세가 80이 가까우신데도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것을 인생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는 분이시다. 아직도 요리책을 뒤적이시고, TV에서 방영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거의 다 보신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면 늘 도전하시고 우리에게 시식하도록 요청하신다. 우리는 즐거운 모르모트가 되어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감별해드리곤 하는데, 이 덕에 과식의 빈도수는 많아지고 운동량은 적으니 내가 과체중이 된 것의 반 정도는 어머니 책임인 셈이다.
요리사와 함께하는 맛있는 식사
음식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오븐에서 갓 구워내어 기름이 자글자글한 생선을 먹는 것과 오래된 것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다시 데워 먹는 것의 맛 차이는 아주 크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급적 내가 식사할 때 바로 만드신다. 그리고 옆에서 어느 부위를 어떻게 먹으라는 등 먹는 방법까지 거드신다. 약간 귀찮기도 하지만 어머니 말씀을 따라 먹다 보면 맛이 기가 막히니 내심 좋은 것을 어쩌랴(물론 일하느라 바빠 조리와 요리엔 신경을 쓸 수 없는 아내 앞에선 이런 표현도 조심스럽다. 아내에게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젊은이 사역, 곧 '밤일' 때문에 늦은 저녁을 먹을 땐 별 수 없이 혼자 먹어야 한다. 그럴 때면 혼자서 먹는 것과 어머니가 옆에 계신 것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을 느낀다.
친근한 저자의 책을 읽는 즐거움
요리사의 설명을 들으며 요리를 먹는 것과 해준 요리를 그냥 먹는 것의 차이가 크듯이, 책을 그냥 읽는 것과 그 책의 저자랑 가까이 앉아서 대화하고 읽는 것은 아주 다르다. 나는 이것을 오래전 필리핀의 어느 국제수련회에서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님을 만난 이후 아주 절실히 느꼈다. 많은 그리스도인처럼 나도 존 스토트의 책이라면 거의 다 읽었고, 큰 국제대회에 참여해 그가 강의하는 것을 멀리서 들을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필리핀에선 바로 옆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그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1974년 로잔언약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나는 그를 모시고 목회자들을 위한 특별 세미나를 진행하며 좀 더 가까이 그와 교류할 수 있었다. 이런 만남 이후 그의 책을 대할 때마다 그와의 만남이 회상되었고, 만나보지 못한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하고는 느낌과 맛이 아주 달랐다.
성령과 함께하는 큐티
이런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때가 성경을 읽거나 묵상할 때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인간 저자가 있는 동시에 하나님의 성령이 저자이다. 그러므로 성경만 그냥 읽는 것과 그 저자이신 성령의 임재와 동행 속에 친밀하게 대화하면서 읽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우리가 큐티를 하면서 종종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성경을 글자로만 보기 때문이다. 저자이신 성령 하나님을 기도로써 초청해 보라. 그래서 성령께서 함께 옆에 친근히 다가와 주시도록 요청해 보라. 이것은 건방지거나 무례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성령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다. 성령께서 내 눈을 열어서 주의 법의 기이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부탁드려 보라. 그리고 그가 이끄셔서 쓰인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 그 상황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과 성령께서 꼭 알려주고자 하시는 곳을 조명하여 주시도록 말씀드려 보라. 성령 하나님은 아주 인격적인 분이셔서 내가 스스로 이런 부탁들을 하나하나 겸손히 그리고 간절히 드릴 때 더욱 기쁨으로 내 안에서 또는 내 곁에서 일하시는 분이심을 명심하라. 그러면 어느새 큐티는 새 맛이 되고 매너리즘은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이른바 라이브 큐티(Live QT)가 되는 것이다. 생생하고 역동적인 큐티, 그것은 성경의 저자 성령과 함께하는 큐티이다.
고직한 선교사 - Young2080 상임대표 큐티진 5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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