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사진_農_들꽃

한강변 점령한 ‘식물계 황소개구리’ 가시박

전동키호테 2008. 2. 26. 21:16

한강변 점령한 ‘식물계 황소개구리’ 가시박

 

 

 

 

 

다른 식물...햇빛 못받아 고사

요즘 경기도 여주군의 남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마른 덩굴이 높은 나무 위까지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외래식물 가시박이 만든 이 낯선 경관을 주민들은 “쥐라기 공원”이라고 부른다.


토종식물을 위협하고 있는 가시박이 불과 10여년만에 무서운 기세로 한강변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홍수를 이용한 번식 전략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5년과 지난해 전국 가시박의 확산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26일 밝혔다.

가시박은 미국 원산의 일년생 박과 식물로 1990년대 호박의 연작피해를 막기 위한 접붙이기 밑나무용으로 도입했으나 자연으로 번져 심각한 생태계 피해를 입히고 있다. 칡넝쿨처럼 덩굴로 다른 식물을 타고 오른 뒤 호박잎 같은 무성한 잎으로 햇빛을 80%까지 가려 식물을 말라죽게 한다. 연구팀은 가시박의 초기 정착지인 한강 상류의 춘천과 충주에서 한강 하류와 서해안까지 폭발적으로 퍼져 나간 현상에 주목했다.

한강변 가시박은 춘천, 팔당호, 충주, 섬강, 양평에서 서울의 올림픽공원, 한강공원 잠원지구,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밤섬, 강서습지 등을 거쳐 인천과 강화도로 번져나갔다. 특히 큰 비가 온 이듬해에 가시박의 분포지가 강변을 따라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가시박이 크게 번진 것은 2006년 춘천, 충주, 서울 등에 8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낙동강과 달리 한강변에서 가시박의 확산 속도가 빠른 것은 지난 10년 사이 2~3차례 큰 비가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가시박이 홍수를 번식 전략으로 삼는 것은 씨앗의 특성 때문이다. 이 외래식물은 개체당 150~200개의 가시로 뒤덮인 열매를 맺는데, 열매 안에는 20~30개의 직경 0.9㎝인 동전 모양의 씨앗이 들어있다. 한 개체에 최고 6천개의 씨앗이 달린다. 바람에 날리기에는 무거운 이 씨앗이 땅에 묻혀 있다가 홍수가 나면 토사와 함께 하류로 쓸려나간다.

가시박은 그 해 영근 씨앗이 싹틀 확률이 5%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휴면성’이 높다.
연구팀의 길지현 박사는 “땅속에 묻혀 있다가 조건이 맞는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라며 “최고 60년까지도 휴면 상태에서 싹틀 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한번 가시박이 들어오면 완전히 없애기는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까지 조사한 주요 가시박 분포지는 춘천 50만㎡, 청주 30만㎡, 안동 20만㎡, 원주(섬강) 10만㎡ 등이다. 이밖에도 밤섬 9만㎡, 강서습지 5만㎡, 여의도 샛강 1만㎡ 등에도 가시박이 많으며, 나주, 속초, 인천, 강화도 등 전국으로 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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