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교회_主_성광

피랍...그들이 돌아오고, 숙제는 시작됐다

전동키호테 2007. 8. 30. 12:50

두 사람을 잃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붙잡혀 있던 나머지 인질 19명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명치 끝이 갑갑하던 국민들은 다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있지만 자잘한 시빗거리들이 또 생겨날 태세다.

배형규 목사에 이은 두 번째 희생자였던 고 심성민씨 아버지 심진표씨의 발언이 논란의 그 첫 번째 신호다. 경남도 의원인 심씨는 29일 본지 기자에게 “인질 석방 소식을 듣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들이 보고 싶어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이의 아린 마음이 느껴진다. 논란의 대목은 다음 부분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이제 그들이 돌아오니 (아들이 왜 죽었는지) 사실을 밝히겠다.” “아들이 특사가 다녀간 뒤 살해됐는데, 외교술이 좀 더 능숙한 사람을 보냈어야 했다.” 오마이뉴스는 앞서 심씨가 “정부와 교회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심씨측은 이 부분에 대해선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말이 전해지자 스스로를 ‘개티즌’이라고 표현한 이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굳이 지면을 빌려 옮길 필요는 없는 막말이지만 요지는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희생을 당한 것이 어떻게 정부의 잘못이냐’는 것이다. 문득 언제부터 ‘개티즌’들이 이렇게 정부를 두둔해 왔을까 싶지만 이 발언의 밑바닥에는 ‘반기독교’ 정서가 깔려 있다.

40여 일 전 이들이 피랍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충격-피랍자와 기독교 맹비난-첫 사상자 발생 후 비난 자제’의 심리적 동선을 그려왔다. 처음엔 기독교인들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던 사람들도 배형규 목사의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 일단 입을 닫았다. 혹시나 비판이 그들의 안위에 한 치의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재 뿌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다는 욕망에 ‘유예’ 상태를 걸어놨다.

그러나 29일 심씨의 발언과 이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 댓글의 출현은 ‘포스트 인질 석방’ 국면의 예고편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교세확장주의나 네티즌의 반응이 쌍둥이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일어날 논란은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 교회는 ‘하면 된다’는 유신시대의 신화에 집착한 ‘확장주의’를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3대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지인은 “새벽에 교회 나가 통성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좋아진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나라 기독교는 기복신앙과 맞물린 기묘한 형태에 올림픽서 메달 따야 하듯 해외 선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실적주의에 절어 있다”고 맹비난을 한 적이 있다. 선교 자체가 비교도의 지역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긴 하지만, 종교적 원리주의가 강하고 대신 경제적으로는 낙후한 지역에 대놓고 선교를 하러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우월주의’적 발상과도 맥이 닿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태도를 비판하는 우리 국민들, 인터넷을 통해 나타나는 제한적인 반응 또한 ‘원리주의적’이며 비타협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들의 어떤 주장이나 지적에 대해서도 ‘너희들이 잘못해 우리에게 걱정을 끼쳤으니 입 닥치라’는 반응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공격적 해외 선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종교적 열망이라는 순수한 감정이 빚어낸 참사에 대해 그들에게 과연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부의 협상방식은 최적이었나, 협상 테이블에서 무엇이 오갔고 그것 역시 최상이었나 같은 문제들 말이다. 사람들은 돌아올 것이고, 숙제는 이제부터다. 이젠 이성(理性)으로 움직일 때다.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  zeen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