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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수출하는 우리 젓가락

전동키호테 2007. 8. 7. 18:24
  • 세계로 수출하는 우리 젓가락
  • 젓가락질 가르쳐 주는 '에디슨 젓가락' 발명한 박병운 (주)아이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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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젓가락질을 하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통계는 많은데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이 없었잖아요. 저희가 그 틈새를 찾아낸 거죠. 두 번째는 철저한 사전조사로 젓가락질에 관한 통계와 유아의 평균 손 사이즈를 조사해 시행착오를 줄인 것이라고 봐요.”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라는 유행가 가사로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던 사람들을 위한 젓가락이 있다. 올바른 젓가락 자세를 잡아 주는 ‘에디슨 젓가락’. 엄지와 검지, 중지를 고리에 끼우기만 하면 바로 ‘자세가 나오는’ 젓가락이다. 젓가락을 처음 쥐어 보는 세 살짜리 유아도 쥐기만 하면 바로 젓가락질을 할 수 있다. 젓가락질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3~4세 유아를 위해 출시한 상품인데 최근에는 성인들로까지 수요가 번졌다.   
      “젓가락질을 못 하는 어른이 30%나 돼요. 엄마, 아빠가 젓가락질을 못하면 그 자녀의 99%가 젓가락질을 잘 못하죠. 롤모델이 없는데 누구를 보고 따라 하겠어요. 성인용을 출시하니까 온 가족이 세트로 사가더라고요.”

  • 유아용 에디슨 젓가락 제품들.
  •   에디슨 젓가락을 만든 (주)아이앤피 박병운 대표의 설명이다. 이 상품이 출시된 건 2002년. 인터넷 쇼핑몰에서 먼저 대박을 터뜨렸다. 입소문을 타고 오프라인으로 번지기 시작, 6개월 후에는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약국에까지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250만 개가 팔려 나갔다. 4세 이전 유아 수의 두 배다. 2003년부터는 해외로 수출도 한다.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젓가락 문화권은 물론,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로도 수출길이 열렸다. 박 대표는 우리 문화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성인용 제품은 한국적인 분위기를 살려 만들었습니다. 나무 재질로 만들어서 동양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고, 고구려 전통 문양을 그려 넣어 한국 제품이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에디슨 젓가락’은 ‘젓가락을 사용하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해 박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 “젓가락질을 하면 30여 개의 관절과 5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이면서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 에디슨 젓가락은 그가 초등학교 1학년생 조카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젓가락질을 잘 못해 포크를 쓰는 조카를 보고 안타까워하다가 유레카의 순간이 온 것. ‘철사로 손가락을 끼우는 고리를 만들어 주면 제대로 된 자세를 익힐 수 있겠구나’ 싶었다. 8개월간 연구 끝에 현재의 모양과 재질을 갖춘 상품이 탄생했다. 엄지는 플라스틱으로 고정하고, 검지와 중지 부분에는 실리콘 재질을 써서 장시간 사용해도 손가락이 아프지 않게 했다.
     
      “가장 필요한 건 유아의 손에 대한 데이터였어요. 유아의 손가락 길이, 벌렸을 때 손가락 사이의 거리, 편안한 각도를 조사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돌아다녔죠. 원장한테 동의를 구한 후 아이들 손 사이즈를 재고 찰흙으로 모형을 떠왔어요. 중간중간 시제품을 가지고 아이들 대상으로 실험도 했는데, 이때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신기해하고 재밌어 하더라고요.”
      
      

  • 젓가락질 가르쳐 주고 싶은 부모 마음 자극
     
      오프라인 매장에서 먼저 선보였지만 결과는 실패.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표정들이었다고 한다. 모양만 보고 가위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할 수 없이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인터파크, Hmall 등 인터넷 쇼핑몰을 공략해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한 번 사용해 본 주부들의 만족스런 사용후기들이 무수히 많이 올라왔고, 유아 쇼핑몰에서 베스트셀러 상품이 됐다. 그러자 오프라인 매장 여기저기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박 대표는 이 제품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젓가락질을 하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통계는 많은데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이 없었잖아요. 저희가 그 틈새를 찾아낸 거죠. 두 번째는 철저한 사전조사로 젓가락질에 관한 통계와 유아의 평균 손 사이즈를 조사해 시행착오를 줄인 것이라고 봐요. 또 에디슨 젓가락을 쥐자마자 바로 젓가락질이 된다는 점이 성격 급한 한국 부모들 성격에 딱 맞았습니다. 힘들게 연습해서 며칠 후에야 젓가락질을 하게 되는 제품이었다면 성공을 못 했을 겁니다.”
      

      박 대표는 젓가락을 팔다 보니 양손 사용의 경향에 대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먼저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단다. 왼손용을 출시한 건 2004년. 해마다 왼손용 수요가 늘어나 최근엔 전체 매출의 20%를 왼손용이 차지한다. “왼손잡이들이 창의적인 사고에 뛰어나다는 인식 때문에 왼손 사용을 권장하는 엄마들도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오른손, 왼손을 세트로 사 가 양손을 전천후로 쓸 수 있게끔 연습시키는 부모도 많단다.
     
      최근 박 대표는 에디슨 젓가락의 용도를 수요층에 따라 이원화했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지능개발용’으로, 주니어와 성인을 위해서는 원활한 젓가락질을 도와주는 ‘이지 챕스틱용’으로 정했다. 그에 걸맞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콩줍기, 탑쌓기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 성인용(위)과 주니어용(아래).
  •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박병운 대표는 졸업 직후부터 사업가의 길을 걸어왔다. 맨손으로 오퍼상을 시작했다가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서 접고, 뒤이어 시작한 수입의료기 사업도 망했다. 속옷 도매상도 해봤지만 별 재미는 못 봤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에는 더 이상 바닥이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고 회상한다. 월세는 물론, 버스비도 없을 정도였다고. 그래서 이번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망해 봤는데 더 망할 게 있겠느냐’는 심정이었다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뚝 섰고, 회사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첫 제품이 워낙 기발해서 후속 제품은 웬만해서 성에 안 찬다는 것. 
       박 대표는 이 회사의 후속 콘셉트를 ‘자세 교정’으로 정했다. 젓가락질 교정에 이어 연필 잡는 자세 교정기, 칫솔질 자세 교정기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제품 원리는 비밀이란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하더라도 밀려나지 않는 아날로그 제품들이 있잖아요. 숟가락, 젓가락, 연필, 칫솔같이 어린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져서 사용하는 제품들 말이에요. 그런 작은 제품들로 어린이들의 생활 습관과 행동 양상에 변화를 주고,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을 쓰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언젠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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