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없는 교회 |
제도가 아닌 복음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
우리 교회는 십일조 헌금이 없다. 그동안 한 번도 십일조 헌금을 말한 적이 없었는데, 2주일 전에 부부 신자가 새로 왔기에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십일조 헌금이 없다면 도대체 교회는 어떻게 꾸리는가, 목사생활은 어찌 하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대화가 가능한 신자라고 한다면 교회 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적 의무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발적으로 감당하는 헌금이나 분담금으로, 무슨 모임이든지 회비를 거두듯이 그런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십일조 때문에 신앙생활에 방해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십일조 때문에 교회에서 힘을 주는 사람들도 많다. 십일조 헌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기는 힘들다.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는 사람이 교회 장로가 될 수 있을까?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제도적으로 십일조 헌금을 없애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십일조 헌금이 없으면 교회 헌금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직제도 내려놓아야 한다. 권찰·서리집사·안수집사·권사·장로…. 이런 직제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앞으로 한국교회는 명실상부한 민주정체를 채택해야 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지만 예컨대 각각 연령 별로, 선교회별로, 남녀 성별로 대표자들을 선정해서 ‘교회 운영위원회’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교회에서 십일조 제도를 포기한다는 말은 씨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충격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당장 십일조 제도를 포기하더라도 교회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교회에서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 용기를 갖고 시작하면 그게 불씨가 되어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두서없이 적은 위의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속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당장 교회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는 염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회를 허물려는 게 아니라 세우려는 마음으로 던진 말이다. 우리의 십일조와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의 면죄부는 어떤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오늘 한국교회에 십일조가 얼마나 심각하게 율법적으로, 기복적으로, 주술적으로 행사되고 있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십일조가 아무리 교회의 물적인 토대를 지탱하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신학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의 신앙을 허물고, 더 나아가서 교회 자체를 허물게 될 것이다. 십일조, 절기헌금 없이도 건강한 교회 공동체가 가능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여기서의 관건은 복음이 운동의 차원으로 자리 잡는가, 아니면 제도의 차원으로 자리 잡는가에 달려 있다. 교회 공동체의 몸무게를 줄이고 유지비를 줄이고 운동의 차원에서 새로워져야 할 그 순간이 우리 한국교회에도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닐는지.
정용섭 / 샘터교회 목사·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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