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교회_主_성광

수평 이동 교인 안 받는 남서울 산본교회

전동키호테 2007. 2. 13. 12:05

 

 

남서울산본교회가 지난해 산울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교회 이름을 바꾸는 일은 평범한 사건이지만, 목회자의 성찰과 다짐이 특별한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 이문식 목사는 개척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남서울'이라는 교계에서 공인받은 이름을 달고 개척하고 목회하는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이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주변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절망감과 박탈감을 심어주는 일은 그만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난해 초 다른 교회에서 수평 이동을 하는 새신자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직접 새신자를 상담하면서 이사하지 않고 교회만 옮기는 교인이면 주변에 건강한 교회를 추천했다.

대형 교회들이 수평 이동을 통해 성장하는 한국교회의 풍토에서 1000명의 재적 교인을 둔 산울교회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 목사도 전도를 하지 않으면 교인이 해마다 100명꼴로 줄어 10년이 지나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인들과 협의해 300~500명 규모의 두세 교회로 분립하려는 꿈까지 꾸고 있다.

이 목사는 수평 이동 교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교회의 체질도 개선했다. 기존의 구역 조직을 정리하고 가정 교회로 전환한 것이다. 관계를 중심으로 10~20명 단위로 교회 안에 가정 교회를 형성한다. 평신도가 이끄는 가정 교회는 평일에 한 번씩 예배를 드리며 서로의 고민과 영적 과제를 나눈다. 가정 교회의 목자는 철저하게 섬기는 사람들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을 목자로 세웠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가정 교회는 교인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불신자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이며, 가정 교회 단위로 선교사를 지원하는 선교 공동체다.

산울교회는 이전부터 새롭고 개혁적인 시도를 하는 교회로 알려졌다. 목사와 장로 모두가 6년을 시무한 뒤 신임 투표를 하는 임기제를 도입했다. 담임목사가 교인의 헌금을 챙기지 않는다. 누가 얼마를 내는지는 당사자와 재정 담당자만 알도록 되어 있다. 이 목사는 "그렇게 했더니 나도 교인들 만나기 편하고, 오히려 헌금이 더 늘었다"고 말한다. 개척한 지 10년도 안 된 교회가 분립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그 이전보다 교인이 더 늘었다고 한다. 교회의 식당을 이웃에게 개방해 저렴한 가격에 점심을 제공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다. 덕분에 뜻하지 않게 평안한 교회, 넉넉한 교회로 소문났다. 산울학교는 새터민 대학생들의 후원하고, 대안학교도 운영한다. 이 목사는 이런 일들로 늘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만큼 교인들이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로 성숙했다.

산울교회는 다른 교회에서 보기엔 상당히 개혁적인 목회를 하지만, 이 목사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면 교인들에게 말은 하지만 공감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린다고 한다. 과거 민중 교회를 이끌면서 노선 다툼 때문에 교회가 깨진 값비싼 경험을 치른 뒤 얻은 목회 철학이다. 이 목사의 기다림 덕분일까. 산울교회는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도 늘 안정을 누렸다.

 

 

지금 꿈꾸는 일이 있는가.

마음속으로는 한 번 더 분립하고 싶다. 300~500명씩 두세 교회로 나누는 것이다. 300명 이하이면 자립하기 위해 많은 힘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교회가 자립하는 데 온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이미 자립해서 재생산이 잘되는 구조를 찾는 게 현명하다. 큰 교회가 하나 있는 것보다 같은 지향을 가진 건강한 교회가 여럿 있는 것이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