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하버드 학생들은 왜 누드 달리기를 할까

전동키호테 2007. 2. 7. 12:12

 

 

  • 해마다 5월이 되면 미국 보스턴 근처 캠브리지의 하버드대에서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멀쩡한 젊은 남자 여자들이 팬티 한 장 걸치지 않고서 심야에 대학 교정을 뛰어다닌다.

    그것도 브라스밴드가 연주하는 팡파레 속에, 구경꾼들 환호를 받으면서!

    정신 나간 듯한 이들은 놀랍게도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이 태연자약하게 펼쳐대는 미친 퍼포먼스 이름은 ‘원초적 비명소리(Primal Scream)’. 학년말 시험을 하루 앞두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벌이는 행사다. 대소동은 기숙사 앞 ‘옛 정원(Old Yard)’라 불리는 큰 잔디밭에서 벌어진다.

    행사를 구경하려는 학생, 주민은 물론 하버드대 브라스밴드까지 총동원된다. ‘원초적 비명소리’는 1960년대 살인적인 경쟁에 파김치가 된 학생들이 시험 전날 창문을 열어놓고 일제히 10분 동안 비명을 질러대면서 시작됐다. 급기야 1970년대 들어 쿼드(Quad)라는 기숙사에서 발가벗고 달리는 ‘Quad Howl(외침)’이라는 행사로 바뀌더니 급기야 “구경꾼도, 참가 학생도 많아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1990년대에는 큰 잔디밭에서 학생 수백명이 일제히 심야에 달려나가는 나체쇼로 바뀌었다.

    모자를 쓴 사람, 복면을 한 사람, 허리띠를 한 사람, 시가를 피우며 느릿느릿 걷는 사람, 기타 등등 백양백색. 하지만 ‘중요한 그곳’은 누구나 활짝 드러내놓고 달린다. 원래는 한 바퀴를 돌면 끝이지만, 몇 바퀴씩 돌면서 손을 흔들어대는 학생들도 있다.

    제재? 물론 없다. 오히려 학교 경비원들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고 학교 브라스밴드가 행사 내내 음악을 연주하는 ‘공식적인’ 행사로 대접 받는다.

    한바탕 미친 짓을 마치고 나면 아침이 밝아오고, 하버드 수재(秀才)들은 다시 무시무시한 경쟁에 돌입한다. 하버드와 1위 랭킹을 다투는 예일대학교도 마찬가지. 푼디트(Pundit·碩學이라는 뜻)라는 악동 클럽이 시험 기간 동안 도서관 열람실을 나체로 누비고 다니는 행사를 벌인다. 하버드의 교어는 ‘진리(Veritas)’. 예일은? ‘빛과 진리(Lux et Verita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