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평균수명120세.. 세계미래학회 회장 의견.

전동키호테 2007. 1. 10. 12:16

“60년후 평균수명 120세…보통사람도 결혼 2~3번 할것”

 세계미래학회 佛 파비엔 구­보디망 회장 

  •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미덕이 미래엔 사라진다. 보통 100세 넘게 사는데 어느 누가 ‘지루하게’ 한 배우자와 평생을 같이 하려 하겠는가. 파비엔 구-보디망(Fabienne Goux-Baudiment·46) 세계미래학회 회장이 그려낸 미래의 한 단면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그는 파리 14구(區) 올드타운의 자기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아 주었다. 반세기 전과 전혀 변한 게 없어 보이는 거리 한쪽에서 미래의 얘기를 들으리라곤 솔직히 기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되는 2070년에는 평범한 사람도 평생에 결혼을 2~3번 이상 하게 될 겁니다. 미래의 장수(長壽)사회가 결혼 패턴과 가족제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 거지요.”

    그는 지구 온난화, 노령화가 가져올 30~40년 후의 악몽 같은 미래도 예측하면서 “미래는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다국적 배우자 골라… 멀티컬처 가정 이뤄 癌·알츠하이머 급증…
    ‘고령화 고통’ 대비를 지구온난화 못막아… ‘환경 難民’ 3억명 생겨

    ―한국도 2019년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다. 지금의 중년 세대가 노인이 되는 30년 후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지금 노인들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로 노년을 맞을 것이다. 전쟁 세대도 아니고, 아프기 전에 미리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는 ‘예방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개의 커다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암, 다른 하나는 알츠하이머다. 2030년이면 전 세계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것이다. 3명 중 1명은 또 알츠하이머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 암이나 알츠하이머도 극복 가능하지 않은가.

    “암 치료는 30년 후 많은 진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연구는 25년 후에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알제리에 갔는데 그곳 알츠하이머 환자가 프랑스보다 많았다. 알츠하이머는 산업화된 사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병이었고 농업 사회에는 별로 없었다. 60세 이전에는 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달라졌다. 각국에서, 그것도 50대 발병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럼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가족들만으로 감당하기는 힘들다.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구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돌볼 특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심각한 문제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너무 우울한 미래다. 밝은 미래는 없나?

    “넘치는 에너지와 인간애를 갖고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나눠주고 사회 진보에 기여하는 노인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과거 노인 세대는 세상과 단절한 채 노년을 보냈다.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들은 나이 들어도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한다. 60~80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이’, 말하자면 ‘제3의 인생’이다. ‘늙었다’(old)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과 단절하는 나이는 80세 내지 85세가 훨씬 지나고부터가 될 것이다.”

  •  
  • 2000년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70세가 되는 2070년은 어떤 미래가 올까?
  • 구-보디망 회장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와, 너무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 “2070년에는 기대 수명이 120세로 늘어난다. 평생에 남편 또는 아내를 적어도 2~3명 이상 갖게 된다. 아니, 동시에 2~3명과 산다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지금의 결혼 제도는 기대 수명이 50세일 때 부부가 20~30년쯤 함께 살던 시대에 정착됐다. 평균 수명이 120세 될 때면 30세쯤 결혼해 80~90년간 한 사람과 살아가야 한다.”

      ―가치관도, 결혼 패턴도 송두리째 바뀌는 것인가?

      “물론이다. 30세쯤 처음 결혼하고, 40대 중반에 두 번째 결혼해서 또 아이 낳고, 60대에 세 번째 아내를 만나도 40년 넘게 함께 살게 된다. 80대에 네 번째 결혼을 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족 개념도 느슨해질 것 같다.

      “배우자도 다국적(多國籍)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가정이 자연스럽게 멀티컬처(multi-culture·다문화)가 된다. 국적 개념조차 없어지겠지만…. 하여튼 가정이 곧 지구촌처럼 된다.”

      그는 “근데 우리 아이들 중에는 ‘환경 난민(難民)’ 신세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전 지구 차원에서 난민이 발생한다. 어떤 지역은 지옥처럼 비가 퍼붓고, 또 어떤 지역은 급속한 사막화가 이뤄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늘어나면서 인구 대이동이 벌어진다. 2050년에는 ‘지구 온난화 난민’이 2억1000만명, 2070년에는 3억명이 생긴다.”

      ―지구 온난화를 멈출 방도는 없는가?

      “현재로선 없다. 하지만 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과거 신대륙을 발견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 중에 열정 넘치고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해 세상을 구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교육을 시키고, 어떻게 키워야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으로 커나갈까?

      “프랑스의 고교에 다니는 내 아들을 보면 한창 꽃피울 나이에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지금의 교실은 어항이다. 아이들은 어항 속 금붕어다.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만 길러낸다. 자기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교육 체제다. 알파베티즘(알파벳을 외우는 식의 암기교육)만 양산한다. 미래를 이해하고, 희망과 자기 확신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따뜻한 인간형을 길러내야 한다.”

      ―그런 희망적인 미래 교육을 시키는 곳이 전 세계에 있는가?

      “슬프게도 아직 없다. 세계 미래학자들이 각국 교육 체계와 내용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충분치 않다.”

      ―그럼 어떤 교육이 미래 준비에 필요한가?

      “첫째 복합성(complexity), 둘째 인간다움(humanity),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요소가 창의성(creativity)이다.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려면 우리 세대보다 훨씬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수학·화학·물리·문학을 잘게 쪼갠 지금 같은 공부 방식으로는 통합적 사고를 할 수가 없다. 인간은 영리한 원숭이가 아니다. 미래도 역사의 일부다. 긴 시간대를 생각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역사를 바라볼 때 수백 년이 아니라 적어도 1만 년을 투시하는 ‘거시 역사’(macrohistory)를 생각하도록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가령 나는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여기 물병이 있다. 5000년 전 물병은 어땠을까? 그럼 5000년 후 물병은?’”

      ―그런 교육을 시키는 데는 책이 낫나, 컴퓨터가 낫나?

      “나는 구세대니까 책을 선호한다. 지금 아이들은 이미지 세대다. 비디오게임도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게임 중에 5000년 전 제국의 문명이 만들어지고 전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매크로 히스토리 개념을 심어준다.”

      ―지금 교육 체제는 언제쯤이면 바뀔까.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30~40년, 그러니까 한 세대는 더 지나야 한다. 미래의 학교는, 지금 같은 ‘닫힌 교실’은 사라진다. 아이들은 오전에는 집에서 사이버 세상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점심 먹고 오후에 학교 간다. 함께 운동하고, 생각하고, 집단 생활에서 배울 게 있다. 하지만 한 공간에 계속 머무는 게 아니고, 교실은 계속 움직인다. 월요일 오후는 스포츠, 화요일은 실내 활동, 수요일은 음악, 목요일은 영화 감상, 금요일은 함께 놀기, 학교에서는 이런 것들만 하고 돌아온다.”

      ―미래의 대학은 어떤 형태가 될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는 사라진다. 사회 경험을 쌓은 40~60세들이 고대 그리스의 스콜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통찰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곳이 될 것이다.” 

    • 구­-보디망/세계미래학회 회장
    • 구­보디망 회장은

      존 나이스비트, 아서 클라크(공상과학 소설의 고전 ‘스페이스 오딧세이’ 저자) 등이 소속된 세계미래학회 회장에 2005년 선임됐다. 프랑스에서 정치학, 경제정책·분석 등을 공부하고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미래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민간 컨설팅 기업인 프로젝티브 www.proGective.com)를 설립, 각국 정부·지자체의 미래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키워드 - ▲알츠하이머병

      노인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형태. 기억·판단력 등 지적 기능의 감퇴와 함께 우울증 같은 정신의학적 증세를 동반한다. 통상 발병 후 6~8년 뒤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 화석연료 사용과 자연파괴 등에 따른 온실효과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크로 히스토리(macrohistory)

      한 사회의 역사를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으로 바라보는 접근법. 개인의 삶, 가족사 등에 초점을 맞추는 ‘마이크로 히스토리’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구 보디망 회장은 역사를 수백년이 아니라 5000~1만년 단위로 더 길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로 이 개념을 확대해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