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빠진’ 선생님
지리교사로 돌아와 여행 100번에 도전
1993년 충암고등학교 교사 강문근씨, 학교에 사표를 내고서 남아메리카로 날아갔다. 이미 교직 2년 동안 방학 때마다 여행을 다녔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6개월, 1년씩 여행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선생은 나중에 또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사표를 던졌다. 남미 13개국을 1년 동안 돌아다니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살사 춤을 배우고 과테말라에서 ‘디에고(Diego)’라는 이름까지 얻어 돌아왔다.
1997년까지 만 5년 동안 자칭 프리랜서, 타칭 백수로 지구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보니 출근행렬이 부럽더라”고 했다. 그래서 배낭전문 여행사에 가이드로 취직했다. 돈도 벌고 여행도 했다.
여행사도 갑갑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니까. 그래서 2000년 10월 여행사에 사표를 내고 네팔로 날아갔다. 히말라야 설산(雪山) 아래에서 한 달을 보내고 돌아와보니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교사 채용 공고가 났다. 지원했다. 그리고 채용됐다. “횡성에 있는 이 학교로 면접 보러 와 보니까 운동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학교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여행을 포기하더라도 이 학교엔 끝까지 있고 싶었다. “그래서 정년 때까지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방학 때는 꼭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어요. 목표는 총 100번.”
젊은 날을 세상 밖 두루 돌아다니다 돌아온 교단. 많이 바뀌었다. “교과서에도 틀린 게 보이는 거예요. 낡은 정보도 많고요. 그래서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됐어요.” 찍어 놓은 슬라이드들을 일일이 보여주며 생생하게 전달하는 산 교육이다. “내가 가봤더니”라고 시작하는 강의 앞에 “공자 왈(曰)”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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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반드시 서울로 올라와 가는 곳이 있다. 홍익대 앞에 있는 살사 댄스클럽. 학교에서 파티가 벌어지면 찬조출연할 만큼 살사 실력가다. 서울에서 한바탕 춤으로 땀을 흘린 뒤 주중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다 방학이 되면 또 훌쩍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 버린다. 강씨가 말한다. “역마살이 낀 인간은 과거의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곳을 생각한다. 궁금하면 가보는 수밖에 없다. 똑같은 것을 봐도 모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내가 잘 보고, 너는 잘못 보고가 없다. 그냥 가보자!” 세상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철학자가 되었다.
강원도 횡성 산자락에 찬바람이 부는데, 옆에 있던 동료 교사들이 툭툭 한마디씩 던진다. “강 선생이 우리 학교 기둥인데, 장가를 안 갔어. 휘리릭 또 날아갈까봐 겁나.” 마흔한 살 사내가 미혼이다. “몇 번 애인이 있었는데, 몇 달씩 여행하고 돌아오면 연락이 없어서…”라고 변명한다. 그러면 여행을 안 하면 되지? “그런데 여행은 꼭 해야 하니까… 안 하면 병 날 거 같아서….” 결혼도 못하고, 병 안 나려고 돌아다닌 15년 여행 이력이 홈페이지(welovetravel.net)에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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