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스타목사 장경동

전동키호테 2006. 11. 16. 12:15

 

 

“설교 전에 일단은~ 유행가 한곡 뽑죠”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스타목사 장경동
5일간 잡힌 스케줄만 20여건 … 승합차 주행거리 두달새 1만㎞
신학생때 지루한 설교 질려 웃음 통해 기쁨 주고 싶다


▲ 장경동 목사
‘11월 6일~11월 10일 사이 스케줄 20여 건. 일정 1건당 평균 2시간. 스케줄이 일찍 시작되는 날은 새벽 5시부터. 평균 귀가 시간 새벽 1~2시. 금요일 저녁엔 철야 스케줄. 토요일 오전은 방송 녹화. 일요일은 하루 종일 스케줄.’

10~20대 인기 연예인의 주간(週間) 스케줄이 아니다. ‘개그맨 보다 더 웃기고 연예인 보다 더 바쁜’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침례교회)의 일정이다.

지난 10일 오전 전주 예수대에서 만난 장 목사는 ‘살인적 스케줄’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가 넘친다. 이날 간호학부 학생 등 여성이 대부분인 청중을 상대로 ‘현명한 여성’에 대해 설교하던 그는 ‘애모의 노래’ ‘갈무리’ ‘바보처럼 살았군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날 보러 와요’까지 대중가요를 한 소절씩 뽑았다. 재미있는 표정과 제스처가 이어졌고 청중의 폭소가 거의 1분마다 터졌다. 정오 무렵, 1시간 30분에 걸친 설교가 끝났다. 줄지어 선 여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곤 “안수기도 해달라”라는 청중들에게는 “저녁에 전주침례교회로 오시라”고 말했다.

다시 자동차에 올랐다. 오후 2시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목회자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강의 2건이 잡혀있다. 인터뷰는 전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차 속에서 진행됐다. 구입한 지 2개월 됐다는 ‘스타렉스’ 승합차는 주행거리가 1만km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날 점심식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때웠다. 그는 순두부와 만두라면을 순식간에 뚝딱 해치웠다.

“저는 신학교 가기 전까지 오락부장도 못했어요. 그런데 신학생 시절 어떤 목사님 설교를 듣는데 너무 지루한 거예요. 그때 결심했죠. 절대 지루한 설교는 하지 않겠다고요.”

장 목사의 설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내용 있게, 재미있게 그리고 짧게’다. 그는 “’안 자면 기적’이라는 군대 훈련병도 졸지 않게 할 자신 있다”고 말했다.

장 목사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1년 케이블 CTS 기독교TV를 통해서다. 대전 일대에서 재미있는 설교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TV를 타면서 단숨에 전국적 스타 목회자가 됐다. 설교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 또 ‘칭찬합시다’ ‘사람향기 폴폴’ 등 일반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MBC 아침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과 CTS ‘밀레니엄 기획특강’ CBS ‘장경동의 성공시대’ 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2005년 10월부터 지난 10월까지 CTS에서 방송한 ‘장경동 목사의 비전 행함 기도’(일명 비행기)는 52회 방송분이 모두 3만 4300여 회의 인터넷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장경동 목사가 승합차에 앉아 MP3로 설교를 듣고 있다. 차안에는 갈아입을 셔츠들이 걸려있고(왼쪽) 뒷좌석엔 책 보따리, 바닥엔 운동화와 아령 등이 즐비하다. /김한수기자
인기의 배경엔, 물론 남들이 상상하기 힘든 노력이 숨어 있다. 그는 신학생 시절부터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공책에 메모했다. 어떤 때 신자들이 감동 받고, 언제 웃음을 터뜨리는지 빠짐없이 체크했다. 매주 20권 넘는 책을 읽고,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선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들었다. 매일 20쪽씩 성경을 묵상하는 건 설교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그렇지만 일부에선 “목회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저는 팝페라 가수 같은 목회자”라고 말했다. “성악가들은 외국 유학까지 다녀오지만 청중들은 대중가수의 노래를 더 좋아해서 ‘팝페라’가 등장했지 않습니까? 우리 기독교계에 ‘목사 같은 목사님’은 많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분들에겐 저 같은 사람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는 “그러나 제 목적은 웃기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쁨이 없는 웃음은 지나면 잊혀지지만 하나님의 행복한 말씀을 통해 얻은 웃음은 가슴에 남습니다. 그런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주·대전=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