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발가락사장님..참기름 인터넷 판매 접습니다

전동키호테 2006. 8. 17. 15:04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작동,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참기름을 팔아 ‘발가락 사장님(본지 7월24일자 A9면)’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애인 강동규(38·경북 김천시 감호동·정신지체장애1급)씨가 더 이상 인터넷 판매사업을 못하게 됐다. 어머니 이종순(62)씨는 “처음으로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다가 장사를 못하게 돼 상심(傷心)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강씨의 사업에 제동(制動)이 걸린 것은 이달 7일. 관할 시청인 김천시청이 “인터넷을 통해 완제품 참기름을 팔고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통보해 왔다. 지금처럼 완제품 참기름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제조가공업’ 신고를 내고 생산과정의 관리대장을 기록해야 하며, 제품 생산 후 품질검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씨 부모는 현재 들깨·참깨 등 원료를 가져오면 기름을 짜주고 수공료를 받거나, 제조한 참기름을 가게에서 직접 판매만 가능하도록 돼 있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신고만 해 놓았다. 때문에 유통 행위는 불가능하고, 판매를 계속할 경우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게 된다는 게 김천시의 설명이다. 김천시 위생지도계 담당자는 “강씨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민원이나 신고가 접수되면 오히려 행정제재가 가해져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행정지도를 한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겠다면 행정절차와 방법 등 구체적인 행정지도를 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씨는 지난 8일 참기름을 팔던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 “법을 어기며 판매를 계속할 생각은 없다”며 판매 중단을 알렸다. 강씨는 “신고를 바꿔서 다시 장사를 하기에는 부모님 연세도 많고, 규정도 까다롭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를 포기할 생각”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힘과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천시청 게시판에서 황진선씨는 “장애를 딛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에게 너무 냉정한 처분을 했다”고 썼고, 김순자씨는 “갑자기 잘 팔리니까 제재를 가한다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쉽다”고 했다. 김은영씨는 “일반인도 하기 힘든 쇼핑몰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까지 발가락 사장님의 피눈물을 감안한다면, 김천시는 판매중지 이전에 합법적 판매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시해 주는 게 순리 아니냐”고 걱정했다.

수년 동안 컴퓨터를 발로 작동하는 법을 익혔던 강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 통신판매에 뛰어들어 부모님이 만드는 참기름을 팔아 왔으며, 지난달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는 ‘파워셀러(power seller)’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최근 언론 보도 이후에는 매출이 20배 이상 늘어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관심을 끌었었다.

(최재훈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acroba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