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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와 스티븐 호킹 교수

전동키호테 2006. 5. 15. 16:14
황우석 교수와 스티븐 호킹 교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이 황우석 교수와 케임브리지 석좌교수인 호킹 박사를 비교한 글을 국내 언론에 보냈다./편집자주

위대한 과학자의 이웃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스티븐 호킹 교수, 난 2년 동안 그분의 이웃으로 있으면서 학문적인 면에서 혹은 인간적인 면에서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난치병에 걸렸기 때문에 얻은 동정심의 결과가 아님을 알았다.

그는 학문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겸손하고 인간적이며 유머가 있다. 342년간 단 17명에게 주어졌던 영국 과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케임브리지 대학교 루카시안 석좌교수 자리는 그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말하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연구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주목을 받았던 그 분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황우석 교수가 영국의 복제 전문가 이언 월머트 박사와 공동 연구 협정을 채결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 5월 경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영국에 온다면 호킹 박사님의 치료 연구를 위해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보겠다고 했고 당시 답장은 이랬다.

인수일 학생

귀한 글 보내주어 고맙네.

케임브리지 방문일정은 아직 정하지 못했네.

호킹 박사님과 만남은 나에게도 좋은 의미가 있겠지.

거듭 감사하네. 건승하게.

황우석 보냄

그리고 작년 9월에 황우석 교수가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열고 환자 접수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당시 한국의 분위기는 마치 환자등록만 하면 금방이라도 치료가 가능할 것처럼 들떠 있었다. 치료목적이 아니라 연구가 목적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나라고 왜 이 꿈같은 소식을 호킹 교수에게 숨기겠는가.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냈다. 몸이 불편하니까 환자 등록은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했고 환자 등록 서류도 보여줬다.

금방 답신이 왔다. 호킹 교수는 그러한 치료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며 본인은 매우 현실적인(realistic) 사람이라고 했다.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분은 한국을 오가며 치료받기보다 학문적인 연구가 더욱 소중하고 급하다고 했다. 삶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은 없었다. 풀어야할 문제가 산더미 같고 해답을 얻지 못한 우주의 신비가 하늘 가득하다. 그분은 이미 기적적으로 삶을 연장해 가고 있다. 1초의 시간이 더 남아있는 동안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한들 한국을 오가며 하늘에 버려지는 시간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호킹 교수에게는 무의미할 뿐 이다. 난 호킹 교수로부터 연구에 대한 열정과 투지를 엿볼 수 있었다. 조무래기 과학도가 많은 배움을 얻은 날이었다.

청천병력과도 같던 황우석 교수 파문!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나 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에게 치료 연구를 받아보자고 호킹 교수에게 부탁을 했었는데 그게 사기라는 방송이 나간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다. 분하고 허탈한 마음은 나 뿐 만이 아니었다.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연일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혼란스러워했다. ‘황빠’와 ‘황까’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은 멀리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마땅한 것임에도 미디어의 여파는 굉장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국민들은 지쳐갔다.

황 우석 교수를 국민적인 영웅으로 만들었던 정부와 미디어는 냉담했다. 엄청난 혼란과 파문을 불러왔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한때는 황 교수와의 친분을 과시하던 정치인들도 불똥이 튈까 거리를 두고 지켜볼 뿐이었다. 황 교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구름같이 몰려들던 사람들은 떠났고 이제 황 교수의 몰락을 애처롭게 지켜볼 뿐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라는 스티븐 호킹 교수는 블랙홀에서의 정보 상실이라는 그 의 주장이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그런 의심과 도전을 이상하게 바라본 사람은 없었다. 미디어의 역할도 그의 이론을 의심하고 검증하고 어떤 것이 국익에 우선인가 따진 일은 없다. “블랙홀도 그 안의 정보를 조금씩 방출할 수 있다.” 2004년 7월 21일 제17차 중력과 상대성 국제학술회의에서 호킹 박사는 ‘블랙홀 안에서 정보는 영원히 사라진다.’는 30년 가까이 지켜온 자신의 블랙홀 이론을 스스로 뒤집었다.

언론은 “그의 학문적 자존심이 곤두박질쳤다.”고 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그를 실패한 과학자라거나 사기꾼이라고 매도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의 정직한 이론 수정에 세계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호킹 박사의 이론 수정을 “이론의 실패”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며 몇 년 혹은 몇 십 년 후에야 정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두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호킹 교수는 30년 된 이론을 스스로 수정함으로서 한 층 더 성숙한 과학자로 존경을 받고 있고, 황우석 교수는 미디어에 의해 폭로된 “과장 혹은 조작”이라는 죄명아래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한 사람은 이론 물리학자이고 한 사람은 생명 윤리와 직결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한다. 당대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두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엇갈린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황우석 교수가 말하는 원천기술이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한 걸음만 늦춰 갔더라면 조금만 신뢰 있는 연구 결과를 논문에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두 사람은 앞만 보고 달려갔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품고 국민적인 관심과 애정에 감사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호킹 박사는 1초가 아까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느긋하게 연구하며 이론을 수정했다. 시한부 인생의 절박함도 없는 황우석 교수는 국익과 애국의 중압감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하는 실수를 했다. 시간을 조금만 늦추고 신중했더라면 우리는 지금 쯤 두 위대한 학자가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더 이상의 소모적인 국론 분열이 중단되었으면 한다. 세상에는 줄기 세포 연구 뿐 아니라 너무도 다양하고 가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 과학자의 흥망성쇠가 대한민국 과학의 전부가 아니다. 국내외 젊은 과학도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그들이 연구하는 모든 분야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제 황우석 교수 파문은 지나간 일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과학계가 한층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인수일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과정, 나이스사이언스 www.NiceSci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