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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 (책소개)

전동키호테 2006. 2. 3. 08:56

고개 숙이는 중년! ‘희망의 노래’는 있다  
(::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 제드 다이아몬드 지음/뜰::)

‘남자’와 ‘폐경기’라는 언뜻 이어지지 않는 두 항목을 연결 시키고 있는 책은 근래 우리 출판가에 봇물을 이루는 ‘∼하는 법’류의 번역 실용서다. 그런 번역서가 대개 그렇지만, 특히 미 국 문화와 우리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에 걸리게 된다. 이 책 역시 곳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만, 중년의 남자가 겪는 삶 의 궤적은 미국이나 우리나 그게 그거구나 하는 공감이 더 크고, 그 점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중년의 위기’에 대한 해결 방법 들은 귀 기울일 만하다.

 

책은 남자에게도 여성의 폐경기에 해당하는 정신과 육체의 혼란 기가 있으며, 그 기간의 존재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의학적·심 리학적으로 대처해 인생 후반의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고 얘기한 다. 저자는 35년간 전문 심리치료사로 활동해왔는데, 그 자신이 중년에 겪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갈등 속에 서남자에게도 폐경기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0년 전 펴낸 ‘ 남자의 폐경기’라는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 책은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남성의 인생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출생에서 20세 전 후의 아동기, 이후 45세 전후까지의 성인기, 그 이후는 ‘수퍼 성인기’라고 부른다. ‘수퍼’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평균수명 이 늘면서 이 세 번째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유롭게 영혼을 탐색하면서 존재의 깊이를 생각해 볼 수 있 는’ 소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 기가 사춘기라는 첫 봉우리라면, 성인기에서 수퍼 성인기로 전환 하는 시기가 두 번째 봉우리다. 두 번째 봉우리로 오르기 위해선 첫 봉우리를 내려가야만 한다. 중년 남성의 폐경기는 바로 그 사이 ‘두려움의 계곡’이라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피로가 밀려오고, 건망증이 심해지며, 성관계에 자신 을 잃고, 체중이 불어난다. 심리적으로 짜증이 늘고, 결단력이 없어지며, 우울한 기분에 자주 사로잡힌다. 인간관계에서 친밀한 우정을 원하지만 고립감에 빠지고, 가정적으로 아내와 자식에게 잘 해주고 싶지만 마음에 거슬리는 것만 눈에 띈다. 젊은 여성 과의 불륜을 상상하거나 실행에 옮겨 자신의 시들어가는 남성성을 확인하려 들지만, 그 결말은 대개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뿐이다.

 

저자는 남성 폐경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이 시기를 어 떻게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에서 가장 길고 생산적인 후 반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대처법은 이렇다.
저자는 여성의 각종 폐경기 증후군이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서 오 듯,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걸 인정하는 게 변화의 첫 출발점이라 고 강조한다. 자신과 주변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 같은 변화를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요법이 일반화된 것처럼 남성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요법을 적극적으로 수용 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권한다.

그 다음은 육체와 정신 건강의 회복인데, 우선 건강을 챙기는 것 을 창피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운동습관을 들이고 채식위주로 식 단을 바꾸며, 흡연과 음주는 삼가는 등의 자기절제를 ‘좀생이나 하는 짓’으로 폄훼해선 변화를 맞을 수 없다. 정신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울증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난 관이다. 우울증 역시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뇌의 비정상적 분비물질에 원인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적극적으 로 약물치료에 나서라고 권한다.

인간관계에선,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 관계의 회복이 폐경기 극복에 큰 힘이 된다. 특히 아내와의 관계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섹스에 대해서도 젊은 시절의 강박관념을 벗어나 따뜻하게 서로 인정하는 부드러움을 나눠야 한다. 중년엔 남성 끼리의 보살핌과 사랑, 즉 연대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끝으로 저자는 “‘정신성’을 삶의 중심이 되게 하라”고 말한 다. 적극적으로 종교나 동양문화의 정신수양법에 관심을 갖는 것 이 몸과 마음, 정신의 통합적인 치유에 도움이 되며, 인생후반을 위해서도 반드시 준비해야할 요소라는 것이다. 김기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