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인도 한여성의 애절한 삶 이야기

전동키호테 2006. 1. 5. 11:28

영화 속의 어떤 주인공보다 더 가슴아픈 삶을 살다간 한 인도 여인의 죽음이 새해 벽두부터 많은 인도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4일 임신 8개월의 상태에서 5년만에 나타난 전 남편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구디야라는 여성이 26세의 젊은 나이에 한많은 세상을 떠났다며 그녀의 짧았던 삶을 소개했다.

이슬람교도인 구디야가 군인인 모하메드 아리프와 결혼했던 것은 지난 1999년.
하지만 구디야가 아리프와 함께 살았던 날은 열흘에 불과했다. 카슈미르 카르길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발생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남편이 전쟁터로 떠났기 때문.
그러나 전쟁터에서 실종된 이후 연락이 끊긴 남편은 종전 후 몇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구디야에게 재혼을 허락했다. 새 남편은 구디야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왔던 타우피크.  새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면서 임신까지 한 구디야는 그러나 지난 2004년 9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알게됐다. 죽은줄만 알았던 전 남편이 파키스탄에 포로로 잡혀 수감생활을 한 뒤 귀국한 것.

이때부터 영화(볼리우드)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도인들 사이에 구디야의 이야기는 단연 최고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구디야가 사는 뉴델리 인근의 파타우디는 인터뷰를 시도하는 취재진들로 몸살을 앓기 일쑤였다. 아리프가 구디야와는 함께 살겠지만 뱃속의 아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구디야는 아이를 포기하고 전 남편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고 버티면서 이들의 앞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새 남편인 타우피크 역시 구디야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선 가운데 언론은 구디야의 이런 기막힌 스토리는 연일 추적 보도했고 인도인들은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구디야에 대한 권리가 어느 남편에게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을 때 이슬람 공동체는 구디야가 공식적으로 이혼한 사실이 없는 만큼 첫 남편인 아리프에게 `기득권'이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구디야는 뱃속의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한 방송은 구디야와 두 남편, 이슬람 성직자와 학자 등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해결 방안에 대한 생방송 토론회를 벌였다.  구디야는 이 자리에서 뱃속의 아이도 받아들이겠다는 아리프의 확약을 받은 이후 전 남편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난 상황에서도 "제가 어떻게 될까요? 살아야 할까요 죽어야 할까요?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네요"라며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디야의 절규는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파키스탄과 수십년째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에 사는 한 이슬람 여성으로서 이처럼 한많은 삶을 살았던 구디야는 지난 2일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합병증으로 뉴델리의 국군병원에서 짧았던 생을 마감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이날 구디야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의 슬픈 이야기가 결국은 조용한 비극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아리프의 고향인 문달리에서 지난 3일 열린 구디야의 장례식에는 수천명이 모여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남편인 아리프는 이제 생후 1년된 아들을 데리고 나와 "이제 이 아이는 내 자식"이라고 말했다. 이 장례식에 그녀의 둘째 남편이었던 타우피크는 참석하지 않았다. 구디야의 가슴아픈 삶은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며 올해 개봉될 예정이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