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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터넷 패권’ 다툼

전동키호테 2005. 11. 16. 08:32
EU·아시아 “유엔 이관 또는 전담기구 창설”
美 “루트 중복 운영등 위험” 이유로 “못내줘”
내놔!” 美 독점 웹주소·도메인관리권 “싫은데!”

튀니지 정보사회세계정상회담서 최종 담판

“인터넷 패권은 누가 쥐게 될까?”

전 세계 네티즌들의 시선은 16일 개막한 튀니지 정보사회세계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18일까지 열리는 이 회의에서 전 세계 인터넷 주소 체계의 운영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과 이를 반대하는 나머지 국가들 간의 힘겨루기가 결판나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는 전세계 인터넷 연결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kr’(한국) 같은 각국 도메인 이름을 비롯한 전 세계 인터넷 주소는 현재 미 상무부가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맡고 있다. 미국 외의 30여개국은 인터넷 관리에서 자문단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고 미 상무부는 ‘거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인터넷의 ‘사령탑’에 해당하는 ‘루트서버’도 사실상 미국의 통제하에 있다. 도메인 네임을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로 변환시켜 주는 루트 서버는 전 세계에 오직 13개만이 존재하는데 이중 10개가 미국에서 가동되고 있다. 나머지 3개가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등에 있지만 이 루트서버에 등록된 260여개의 최상위 도메인이 미 상무부의 인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ICANN이 의도적으로 특정 국가의 인터넷 접속을 끊거나 정치적·경제적인 이유로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기구 창설 요구 높아=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인터넷 독점 관리는 ‘사이버 패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프랑스는 2003년 제1차 세계정보화사회 정상회의(WSIS)에서 인터넷을 관리하는 새로운 국제조약과 기구를 창설하자고 앞장서 요구한 바 있다.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란도 인터넷 관리권을 유엔이 주관하는 기구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ICANN의 운영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발언권을 일부 인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미국의 배타적인 지배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붕괴 우려도 제기=자칫하면 세계 인터넷망이 붕괴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미국이 도메인 네임에 세금을 매기거나 루트 서버의 중복 운영과 같은 극단적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관리권 이전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튀니지 정보사회세계정상회담 개막을 앞두고 영국 측에 인터넷을 국제기구가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EU측은 ‘사실상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류가 발명한 ‘위대한 발명품’인 인터넷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지구촌 네티즌들은 튀니지 정보사회정상회담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5-11-16
이국명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