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미꾸라지가 밥투정을 하자, 엄마 미꾸라지가 한 대 쥐어박으며 말한다. "겨울 오기 전에 많이 먹어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 조심하고." 살이 통통 올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아빠 미꾸라지도 한마디 거든다. "그래 엄마 말씀이 옳아. 허균이라는 사람이 쓴 『동의보감』에도 '우리가 성질이 따뜻하고 몸을 보하는 특성이 있으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보양식으로 좋다'라고 되어 있어. 그러니 너도 항상 몸조심해." 때마침 사람들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흩어져" 하고 큰소리를 친 아빠 미꾸라지는 그물을 피해 미끄러지듯 도망간다.
거물급 인사들이 인정한 서울식 추탕의 자존심, 용금옥
거미줄처럼 복잡한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에 위치한 용금옥. 이곳은 점심시간이면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과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중절모를 쓰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뜨거운 국물을 들이켠다. 퇴근 후 주당들의 시간, 술시가 되면 자리 없기는 매한가지다. 대부분이 단골이다. 이곳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거물급 인사로는 정지용, 구상, 박종화, 조병옥 박사, 김덕룡, 강신옥 등이다. 대부분이 유명 정치인들과 문인들, 언론인들이다. 종로에서 글 좀 쓴다는 기자치고 용금옥을 모르면 사이비 기자 아니냐며 의심받을 정도였다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밑반찬으로 도라지무침, 숙주나물, 겉절이 등이 나온다. 기본 찬은 계절에 따라 바뀔 수 있단다. 마늘절편절임과 통산초절임, 새우젓갈은 기본으로 나오는데 그 맛이 깔끔하다. 이어 보글보글 끓는 추탕이 모습을 드러낸다. 식탁 위에 붉은 국물을 보글거리며 자리를 잡은 모습이 영락없이 육개장이다. 식재료들 역시 남도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서울 추탕의 본맛을 보기 위해 산초가루나 들 깨가루를 뿌리지 않고 맛을 본다. 얼큰하고 진한 맛이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다. 특히 국물 맛이 깊게 스며든 호박과 유부가 맛있다.
▲ 먹음직스러운 용금옥 추탕 상차림
★ 용금옥 ;
●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 165-1 / ● 전화번호: 02-777-1689 /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없음 / ● 테이블 규모: 60석 /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미꾸라지부침, 미꾸라지볶음
● 휴무일: 둘째, 넷째주 일요일 / ● 영업시간: 11:00~22:00
구수한 맛이 일품인 남원추어탕의 본가, 새집추어탕
평소 추어탕을 즐기는 나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남원추어탕'이라는 간판에 살짝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들깨가루를 잔뜩 넣고 먹는 맛이 특별한 감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어탕의 본맛보다는 들깨가루를 먹는 기분이랄까. 남원 광한루 인근에 추어탕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 새집추어탕의 맛은 달랐다. 기존에 내가 먹은 것이 짝퉁 남원추어탕이었다면 새집추어탕은 오리지널이 분명하다. 들깨가루 때문에 구수한 것이 아니라 미꾸라지와 시래기에서 우러난 맛이 깔끔했다. 연신 땀을 닦아내며 금광을 찾은 광부처럼 허겁지겁 뚝배기에 코를 처박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구수한 맛의 첫 번째 비결은 바로 미꾸리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달라요. 우리 식당은 미꾸리를 사용한답니다." 미꾸리는 몸이 가늘고 미꾸라지에 비해 동글동글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란다. 뼈가 억세지 않고 부드러우며 구수한 맛이 강해서 추어탕이나 숙회를 하면 더욱 맛있다는 것이 사장의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리산에서 자란 고랭지 시래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그 식감이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구수하다. 세 번째 이유는 물맛이다. 남원에는 환경을 오염시킬 큰 공장이 없고 지리산의 청정수가 흐르고 있다. 마지막 이유는 좋은 물로 직접 만든 간장, 고추장, 된장이다.
★ 새집추어탕 ;
● 주소: 전라북도 남원시 천거동 160-206 / ● 전화번호: 063-625-2443 /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20여 대 가능 / ● 테이블 규모: 300석 /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추어숙회, 미꾸라지튀김
● 휴무일: 연중무휴 / ● 영업시간: 08:30~22:00
개운한 맛은 경상도식 추어탕이 최고, 고향식당
아침 7시, 식당 문을 열고 좁은 가게에 들어선다. 테이블은 고작 일곱 개. 전형적인 시골 식당이다. 드디어 주문한 추어탕이 나온다. 하나는 추어탕 속에 국수가 살며시 숨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추어탕만 나왔다. 산초가루를 듬뿍 뿌려 국수를 말아 한입 가득 먹어본다. 알싸한 산초향과 부드러운 국수 면발이 살짝 데친 얼갈이배추와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앙상블을 이룬다. 부추와 방아잎, 토란대는 조연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뜨거운 김을 불어내고 이번에는 밥을 말아 먹는다. 들깨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걸쭉하지 않고 경상도식 특유의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국물이 탁하지 않아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가게 이름이 왜 고향식당인지 알 것 같다. 소박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곳이다. 여러 지방에서 추어탕을 먹어봤지만 개운한 맛의 으뜸은 역시 경상도식이다.
▲ 할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고향식당 추어탕
★ 고향식당 ;
● 주소: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교리 1034-5 / ● 전화번호: 055-533-0410 /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없음 / ● 테이블 규모: 25석 /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추어탕국수, 돼지김치찌개, 매운탕
● 휴무일: 연중무휴 / ● 영업시간: 06:30~17:00
|주변 볼거리| 화왕산의 억새밭과 우포늪, 창녕교동고분군, 창녕향교, 술정리서삼층석탑
출처 : 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저자 :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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