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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웃어요_힘겨워도 웃어야 하는 이유

전동키호테 2010. 2. 13. 09:36

 '그대 웃어요', 힘겨워도 웃어야 하는 이유

웃음 속에 눈물을, 눈물 속에 웃음을 담는 '그대 웃어요'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그대 웃어요'는 최불암을 닮은 드라마다. 마치 삶은 그렇게 힘겨운 것이라는 듯 잔뜩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사람 좋은 인상으로 쇳소리처럼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는 최불암은 바로 이 드라마의 얼굴 같다. 최불암이 그 특유의 웃음을 지을 때, 우리는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그대 웃어요'인지를 언뜻 감지하게 된다. 제목 앞에는 아마도 이런 문장이 생략되어 있었을 것이다. '삶이 힘겹더라도'.

'그대 웃어요'에서 최불암이 연기하는 할아버지 강만복은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손주의 행복한 결혼을 보고 싶어 그 사실을 숨긴다. 자식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역시 이를 내색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드라마는 그 밑바탕에 이 숨겨진 마음, 즉 힘겨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숨긴 채 서로 웃는다. 그러면서 행복을 느낀다.

이 드라마의 희비극을 넘나드는 기막힌 설정은 보는 이를 울다가 웃게도 만들고, 웃다가 울게도 만들어버린다. 할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해주기 위해 결혼도 안한 손주며느리가 남몰래 자신의 몸을 챙기는(?) 그 눈물겨운 상황을 이 드라마는, 시어머니의 오해 즉 손주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상황으로 넘기면서 웃음으로 바꾸어버린다. 간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밉상 사돈인 서정길(강석우)인 사실을 알게 된 강만복의 며느리 백금자(송옥숙)가 간을 달라며 쫓아다니면서 서정길의 술을 빼앗아 먹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눈물겹다.

결혼식을 하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다고는 사실은 떠나지 않고 호텔에 머무는 이 신혼부부와, 결혼식장에서 쓰러진 할아버지 때문에 혹 신혼여행을 망치지나 않을까 저어하는 시어머니는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 거짓말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지만 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설정 속에서 눈물과 웃음은 또 한번 교차한다.

몸을 가눌 수 없어 비틀거리고 고통에 혼자 밤을 지새우면서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주고 있는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흔히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건(그것이 빠르냐 더디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이 드라마는 말한다.

이 드라마에 절절한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 비극적 상황을 애써 비극으로만 비추어 눈물을 짜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힘겨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저 얼굴만 쳐다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어떤 행복감과 즐거움을 찾아내려는 이 드라마가 불황의 그늘 속에서 늘 찡그릴 수밖에 없는 고통을 느끼는 우리네 서민들에게 잠시나마의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웃으라고 하면서 눈물을 나게 하는 '그대 웃어요'는 참 고약한 드라마다. 그 우스운 설정에 깔깔 웃게 만들고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참 못됐다. 그런데 그 고약하고 못된 드라마가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건, 아마도 저 허허로운 웃음 속에 삶의 무게까지를 담아내는 최불암을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힘겨워도 애써 웃음 짓는 그 얼굴.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