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찬양_音_가요

부산소년들, 카네기홀서 `감동의 연주'

전동키호테 2010. 2. 12. 17:29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인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 2시간여에 걸친 연주를 마치자 입추의 여지없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앙코르"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부모 없이 수녀들의 보살핌 속에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연습한 연주실력으로 전 세계 음악인들이 평생 꿈꾸는 `선망의 무대'인 카네기홀에서 훌륭한 감동의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앙코르곡으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다시 연주할 때는 소년들의 얼굴에도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엄마가 그리워질 때마다, 가족이 있는 친구가 부러워질 때마다 이를 악물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의 연주실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급이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선별해 뽑았고, 개인 또는 파트별로는 전국 학생음악 경연대회나 고등학생 예능 실기대회 등 각종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 씨의 아들인 정민 씨의 지휘로 순회공연과 자선음악회를 여러 차례 열었고 해외 공연 등 큰 무대에 선 경험도 많다. 방송국에선 이들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해 방송했던 터라 TV를 통한 유명세도 치렀다.

뉴욕행을 앞두고는 방과 후 하루 6시간씩 연습에 몰두하며 정열을 쏟았다.
이날 무대에선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연주한 뒤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이명주와 함께 라 트라비아타' 중 주요 아리아를 선보였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앙코르를 받아 2번이나 연주했다.

소년의 집 재학생 외에 사회인이 된 졸업생들도 함께 공연에 참여했다. 소년의 집은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 소재 아동복지시설(보육원)이며,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1979년 미사 때 반주를 담당하는 합주단으로 출발했다.

이번 공연은 지휘자 정씨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정씨가 설립한 사단법인 '미라클 오브 뮤직(MOM)'이 공연을 주관했다. 정씨는 지난 2005년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들의 연주실력을 보고 셋째 아들 정민 씨에게 이들에 대한 지도와 지휘를 맡겼다.

작년 8월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자선음악회에서 이들의 연주를 들은 당시 서울시향 관계자가 미국 공연을 제의했고 정씨가 카네기홀 공연을 추진했다. 악기를 기증받고 유명 연주자들의 마스터클래스도 받았으며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는 연주복도 협찬받는 등 주위의 도움도 컸다.

지휘자 정씨는 이날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대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면서 "이 아이들은 개인적인 연주실력이 아주 뛰어나서가 아니라, 같은 생각과 같은 느낌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밤 10시 미국 뉴욕 카네기홀 내 스턴홀 펄만 스테이지.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