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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인 탄생 1주년..이소연 박사 뭐하고 지냈나

전동키호테 2009. 4. 7. 20:17

 

우리의 우주기술을 우주선진국과 비교해선 안됩니다. 그들의 성과는 오랜 기간 많은 에너지를 들여 이룩한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소연 박사(32)는 "첫 우주인 배출이 가져다준 '긍정의 힘'을 이어간다면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미래는 밝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박사는 또 "국민들의 관심이 우주선진국의 길을 앞당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 첫 우주인 탄생 1주년(4월 8일)을 맞아 이소연 박사를 만났다. 이 박사는 현재 미국에서 강연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인터뷰는 출국에 앞서 지난달 31일 진행됐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온지 꼭 1년이 됐다.
▲실감이 잘 안난다. 엊그제 갔다온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재밌는 것은 아직도 우주 얘기를 하다보면 가슴이 뛴다는 것이다. 얼마전 함께 훈련받던 예비팀의 선장과 통화를 했는데 최근 소유스호 발사(3월 26일)에서도 예비팀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 유능한 사람인데 그 심정이 어떨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소유스호의 발사 소식에 울고 웃는다.

―어떤 일을 하며 지냈나.
▲우주에 다녀온 후 정신없이 1년을 보냈다. 대부분 강연을 했다. 최근엔 ISS에서 진행했던 우주과학실험 중 진전시켜볼 만한 연구가 무엇인지 찾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칭찬을 많이 한 것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끝내긴 아깝다는 생각이다. 특히 생물관련 실험을 지속하고 싶고 전공과 관련된 바이오시스템 개발에도 도전하고 싶다.

―강연을 다니면서 느낀 우주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는.
▲초등학생들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많아 고마웠다. 나라면 저렇게 관심을 가졌을까 싶을 정도다. 한편으론 이같은 관심이 부담도 된다. 이 아이들이 지켜보는데 내가 우주만 갔다온 사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른들의 경우 처음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 비판도 일종의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연예인으로만 보고 우주과학실험 등에 관심을 안가져줄 때는 좀 서운하다.

―착륙 당시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건강은 어떤가.
▲처음에 많이 아팠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유스호의 착륙은 정상범위였고 일각에서 말하는 것 처럼 사고는 아니었다. 귀국해서 검사해보니 짧은 시간에 키가 많이 커버려 다른 우주인보다 충격을 더 받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른 나라 우주인들은 나이가 많아 척추뼈가 물렁하지 않았다. 따라서 키도 별로 안컸지만 나는 3㎝나 컸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거리감이 있다.
▲참 억울하다. 첫 우주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해서 이런 포장이 필요한 것도 같지만 난 사실 독하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부모 속도 많이 썩였고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지도교수님께도 자주 혼나던 학생이었다. 친구들은 이런 내가 너무 포장됐다고 어이없어한다. 과거에 운동이나 취미생활들이 다 공부 안하며 욕먹고 했던 일인데 언론에선 다 잘하는 천재로 나와버린다.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첫 우주인이 나왔거나 첫 발사체(KSLV-1)가 성공한다는 것이 천지개벽을 만들진 않는다. 20∼30년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일반인이 우주를 가깝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꿈나무들을 보면 미래는 더욱 밝다. 우주인의 유명세만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우주선을 만들고 싶어하거나 아팠던 나를 치료할 항공우주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학생도 많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주선진국인 미국의 학생들도 우주인 보다는 주변의 수많은 공로자들을 알고 난후 그 분들이 한 일을 꿈꾸고 있다. 이런 희망을 바이러스처럼 널리 전파되도록 하는 일이 내 역할인 것 같다.

―우리의 우주개발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차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 문제다. 일본이 ISS에 모듈을 올리고 달탐사위성을 보낼 때 우리는 일본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단지 '우리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탄만 한다. 중국은 수십년간 러시아를 드나들며 기술을 배워서 키운 우주기술로 우주유영까지 성공했다. 모든 일에는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미국은 적은 예산으로 선진국을 바짝 추격하는 우주기술을 만든 우리나라를 칭찬한다. KSLV-1의 성패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우리나라도 로켓을 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는지, 어떻게 키워줘야 하는지를 신경써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강연을 다니다 어느 순간 방에 혼자 있다보면 허무할 때가 있다. 연구현장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 선배 과학자가 "너보다 똑똑한 연구자는 많다. 이 박사가 연구현장으로 돌아오든 안돌아오든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엔 큰 영향이 없다"면서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해 수천명의 과학자를 만들고 어려움속에 고생하는 과학자들의 연구환경을 개선하는데 이 박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말하는걸 듣고 느낀 바가 크다. 우주를 갔다온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 우주장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조언해주고 연구자를 외국 우주기관과 연결해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
▲최근 내가 우주를 가는데 종이 한 장이라도 거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를 생각해봤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만해도 수백명이 있고 정부, 언론, 또 시청에서 펼쳐진 행사장의 의자 정리를 하신 분 까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돕지 않았다면 우주인 이소연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학부형들께서 이런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우주복을 만드는 사람, 우주인의 집(ISS)을 만드는 사람 등 다양한 꿈을 꾸는 학생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또다른 이소연, 더 나은 이소연이 계속 나온다. 우주인 배출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효과가 좋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