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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도 ‘세계화시대’

전동키호테 2007. 7. 25. 19:06
  • 동식물도 ‘세계화시대’
  • 美엔 버마비단뱀… 호주엔 日서 간 불가사리…
    외래종 몸살, 세계 곳곳이 가해자이자 피해자

    • 미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요즘 ‘버마 비단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 자라면 길이 6m, 무게 270㎏에 이르는 이 난폭한 포식자들은 공원을 활보하며 쥐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은 물론 살쾡이와 사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다. 버마 비단뱀이 미국에 들어온 것은 최근 들어서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애완동물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비단뱀을 포함한 파충류 수입이 급증했다.

       

      인터넷에선 1년생 버마 비단뱀 한 마리를 70달러(약 6만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싫증을 낸 주인들이 내다버린 뱀들은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점령하기 시작했다. 2002년 이후 공원에서 발견된 버마 비단뱀은 350마리 정도.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10배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 ◆전 세계가 외래종으로 몸살

      비단뱀처럼 외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이 고유 생태계를 잠식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래종 침략도 갈수록 빨리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했던 갈라파고스제도도 최근 외래종으로 시달려 화제가 됐다.

      갈라파고스제도는 남미 대륙에서 1000㎞나 떨어진 격리된 환경 덕분에 육지와는 다르게 진화한 희귀종으로 가득한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다. 그러나 관광객과 교역 증가로 인해 외래종 숫자가 1900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1321종에 이르렀다.

      외래종 침략에 관한 한 세계 각국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북미에서 건너간 황소개구리와 루이지애나 가재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안 동아시아에서 건너간 가물치와 칡이 미국의 하천과 도로변을 점령했다. 유럽 얼룩홍합은 유럽에서 북미로 건너가 오대호에서 고유종을 몰아냈고, 알래스카와 일본에서 건너간 북태평양 불가사리는 호주의 조개양식업을 위협에 빠뜨린다.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외래종을 옮기는 주범 중 하나는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싣는 ‘밸러스트 해수(海水)’인데, 이를 통해 매일 3000여종의 동·식물들이 외국의 항구에 닿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경제 피해 연간 4000억달러

      이렇게 수입된 외래종들은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프리카에 유입된 부레옥잠과 개구리밥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아프리카 대부분의 호수를 뒤덮어 어업 생산량을 크게 떨어뜨렸고, 모기의 서식처가 되어 질병을 확산시키는 주범이 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피해 규모를 연간 4000억달러로 추산한다.         - 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