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대박’ 터지다
동물가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대공원에서 올해 ‘대박’이 났다. 올 들어 ‘몸값’이 비싼 귀한 새 가족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5월 초까지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희귀동물은 모두 18종 38마리. 지난 1984년 서울대공원이 문을 연 이래 최고의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2종26마리가 태어난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 희귀동물 올들어 38마리 태어나
이들 새로 태어나는 희귀동물을 돈을 주고 산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야 한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일수록 몸값은 비싸다. 현재 국내에서 살고 있는 동물가운데 가장 비싼 동물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로랜드고릴라. 수입가격만도 3억5000만원이나 된다. 로랜드고릴라는 전세계적으로도 수백 마리에 불과해 ‘부르는 게 값’이다. 까다로운 수입과정에 들어가는 운송비 등의 부대비용까지 계산한다면 실제 몸값은 10억 원이 훨씬 넘는다.
현재 서울대공원에만 있는 로랜드고릴라는 모두 2마리. 이들이 한 달에 먹어 치우는 사료비만 해도 100만원이다. 대표적인 잡식성 동물 중 하나이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예민해 간식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싱싱한 제철 야채와 과일을 먹여 비타민도 충분히 섭취하게 해야 한다. 감을 좋아해서 가을에는 단감을 주로 먹는다. 단감이 없을 때는 곶감이라도 꼭 챙겨줘야 한다. 원활한 장(腸) 운동을 위한 유산균 음료도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최근 환상의 수중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돌고래도 1억6000만~ 2억원에 이르는 ‘귀하신 몸’이다. 그 다음은 코끼리와 기린으로 1억~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 밖에 고가의 귀하신 몸들로는 흰코뿔소와 오랑우탄이 3억원 정도, 침팬지와 북극곰(흰곰), 그리고 꼬마하마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 1억원을 호가한다.
지난 2003년 서울대공원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 포육에 성공한 큰개미핥기가 6000만원 정도를 호가해 동물계의 ‘몸값’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동물들의 ‘몸값’은 국내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외국수입가격의 50%를 적용하여 몸체 가격만 자체 기준에 따라 평가한 금액이다.
몸값만 놓고 보면 ‘동물의 왕’인 사자(300만원)와 호랑이(1000만원선)는 영 체면이 서질 않는다. 동물들의 몸값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국제협약인 ‘CITES’에 의한 좌지우지된다. 멸종의 심각성에 따라 ‘CITES Ⅰ(고릴라 등 556종)’, ‘CITES Ⅱ(사슴 올빼미 등 262종)’, ‘CITES Ⅲ(인도살모사 등 241종)’ 등으로 구분되는데, 등급이 높을 수록 값이 비싸다.
이 희귀 야생동물들은 시기와 개체수에 따라 몸값이 급변한다. 새끼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앉아서 수천만원을 벌지만 국제적으로 너무 많이 늘어나면 값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사자와 호랑이는 ‘CITES Ⅰ’종이면서도 최근 10년간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몸값이 뚝 떨어졌다.
희귀 동물들의 몸값이 비싼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만큼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로랜드고릴라의 경우 적절한온도와 습도 조절을 비롯해 수질관리와 먹이, 활동공간 확보 등 까다로운 사육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물원들은 아예 구매시장에 뛰어들기조차 힘들다.
# 오랑우탄 1마리가 사자 100마리 값
이처럼 ‘귀하신 몸’들을 보존하기 위해 동물원에서는 총력을 다한다. 먹이만 잘 준다고 동물들이 잘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첨단과학이 적용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자연친화적인 서식환경을 조성하고 CCTV를 설치하여 행동 생태에 대해 연구하고, 근친 번식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개체관리 및 유전자분석 시스템을 운영한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의 경우 15톤 트럭 1088대분의 흙을 새로 깔아줬고, 남산식물원에 있던 나무 1208주를 옮겨 심어줬다. 시멘트 바닥에서 살던 오랑우탄도 지금은 잔디가 깔린 우리에서 생활한다. 모두가 생태형 동물원을 향한 노력이다.
# 관람객이 던진 동전 먹고 죽기도
배설물 내 호르몬 분석을 통해 번식생리(발정주기와 발정사이클)를 밝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동물의 사체에서 정자 및 난자를 채취하여 보관하는 기술을 확립하여 야생동물 체세포(정자·난자)은행도 운영한다. 특히 지난 2005년에 성공한 팀버늑대의 인공번식을 비롯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정자를 채취하여 냉동보관 한 뒤 100년 후에도 인공수정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사는 동물들이 어이없이 죽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2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는 18년간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잔점박이 물범 한 마리가 숨졌다. ‘천연기념물’인 물범은 관람객들이 던진 동전 124개를 삼키고 목숨을 잃었다.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과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아직도 소화불량에 걸려 죽은 동물의 배를 해부해 보면 비닐이나 동전 같은 온갖 이물질이 나온다. 정성을 다해 자식처럼 돌보던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에겐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 허탈한 순간이다. [강형욱·서울대공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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