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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동식물 해외로 빠져나간다

전동키호테 2007. 3. 26. 08:30
  • 토종 동식물 해외로 빠져나간다
  • 국내 2322종 중 국외반출 승인대상 161종 불과
    유출된 種 역수입되기도… 정부 “보호장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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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1.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7~1919년. 미국 하버드대 소속 아널드 수목원의 식물채집 담당자였던 어니스트 H. 윌슨은 금강산에서 한라산까지 한반도 전역을 훑다시피 했다. 그러곤 한국이 원산지인 구상나무와 노각나무를 비롯해 팥배나무, 화살나무, 금낭화 등 모두 300여 종의 식물을 채집해 미국으로 가져갔다. 구상나무는 1904년에 유럽으로 이미 유출됐었다.

      #사례2. 규슈 대학 등 일본의 6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산 곤충 표본은 모두 60만점에 이른다. 모두 조선 말기~1945년 해방 전 시기에 건너간 것들이다. 1970~1980년대엔 무당벌레 등 102종의 국산 곤충이 외교행낭에 담겨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과거 우리나라 토종(土種) 동식물들이 집단 유출됐던 사례 가운데 일부분이다. 생물자원의 가치에 일찍이 눈뜬 선진국들에 의해 국내 토종자원이 무차별적으로 ‘수탈’됐던 셈이다. 지금은 어떨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5일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 선정 연구’ 보고서에서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뒷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물자원은 1984~1989년 사이에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미국 국립수목원과 홀덴수목원 등에서 직원을 파견해 비비추와 원추리, 때죽나무, 나도풍란 등 총 950여 종을 가져갔다. 지금까지 파악된 우리나라 식물류는 모두 5000여 종으로 전체의 20% 가량이 당시 한꺼번에 유출된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유출된 토종자원의 쓰임새다. 나무와 풀, 꽃 같은 식물 271종이 원종 그대로, 또는 신품종으로 외국에서 개량돼 이미 상품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KEI 이현우 박사는 “1917년 미국이 캐내 간 지리산 노각나무는 해외에서 고급 정원수로 팔리고 있고, 북한이 원산지인 장수만리화는 지금은 국내로 역수입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루백합(daylily)으로 개량된 토종 원추리와 크리스마스 트리로 각광받는 구상나무, 미스킴라일락으로 명명된 수수꽃다리 등도 모두 외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토종자원이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로열티를 물며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정이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을 정도로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서식 동식물 중 종(種)의 정보가 확인된 3만여 종 가운데 2322종이 한국 토종으로 파악돼 있다. 식물은 515종, 곤충을 비롯한 무(無)척추 동물은 1670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해외로 나갈 때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는 토종자원은 식물 144종, 곤충 17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현우 박사는 “인류가 사용하는 약품의 70%가 식물에서 유래하는 등 생물자원의 확보 여부가 새로운 국가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에만 있는 고유(固有) 동식물들의 추가 유출을 막고, 유출되더라도 상품화에 따른 이익의 공유 등 우리나라의 ‘생물 주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당국의 승인 없이는 해외로 반출할 수 없는 생물자원의 수를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외반출 규제대상 동식물을 현재의 333종에서 올해 상반기 중 500종 이상으로 확대 지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식물 중에서는 태백기린초와 우산제비꽃, 섬초롱꽃, 병꽃나무를 비롯한 100종, 어류는 한강납줄개와 참갈겨니 등 10종, 곤충은 한국모래풍뎅이 등 90종이 우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