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동키호테 2006. 12. 27. 13:1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6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뉴코아아울렛 매장에서는 직원들만이 뜻을 알 수 있는 안내방송이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이 할인점은 지하 6층, 지상 12층으로 직원만 500여 명인 대형 쇼핑시설이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직원들은 쇼핑객을 침착하게 비상구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날 불은 지하 4층 주차장에서 배관 용접 도중 불티가 밑으로 떨어져 지하 6층에 있던 상품의 종이 상자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불은 지하 4층부터 6층까지 연결된 배관을 태웠고 연기가 배관 통로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건물이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였다.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어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도 발화 지점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용접 작업 인부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차요원들은 방재실에 무전기로 연락했다. 방재실은 곧 비상벨을 작동하고 각층 관리자들에게 무전연락을 하는 한편 대피 안내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또 각층 매장의 방화 셔터를 내리고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지시켰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매장이 입점해 있는 각층의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고객을 비상구로 대피시키도록 지시했다. 쇼핑객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있게 비상계단을 내려와 1층 비상구를 통해 대피했고 직원들은 고객을 먼저 내보낸 뒤 차례차례 건물을 빠져나왔다. 한낮이어서 쇼핑객이 300명 정도로 적었던 것도 신속하게 대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맨 위층인 12층 스포츠센터의 이용객과 직원 50여 명은 옥상으로 피했다가 40여분 만에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다. 불은 1시간20분여 만에 진화됐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도심 다중 이용시설의 화재였으나 15분 만에 800여 명이 신속하게 대피한 덕분에 직원 심모(31)씨 등 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 외에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인천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소방교육 매뉴얼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코아아울렛은 매월 한 차례 전체 소방교육 외에 층별로 월 1회씩 소방관들과 함께 교육을 하고 있다.

손규원 인천 뉴코아지점장은 "극장.백화점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서 비상시에 '불이 났다'고 방송하게 되면 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며 "'무궁화 꽃'이라는 암호를 알아차린 직원들이 고객을 당황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피시켜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