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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얼굴 CI, 권위는 벗고 감성을 입는다

전동키호테 2006. 11. 29. 10:03

 

기업의 얼굴 CI, 권위는 벗고 감성을 입는다

[조선일보 김덕한기자]

“낙서 같기도 하고…. 이게 뭔가요?”

최근
한화그룹이 발표한 새 CI(기업통합이미지)를 처음 대한 사람들은 이런 반응도 보였다. 형태나 색깔, 선명도 등에서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CI 교체 작업을 진행한 태스크포스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태스크포스팀의 한 임원은 “몇 개의 CI 시안(試案)을 가지고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을 때 이번 CI는 1·2 등 으로 뽑히지 않은 작품이었다”면서, “산뜻하고 분명한 이미지에 눈이 익은 소비자들이, 최고로 선호하지 않는 쪽에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감성 트렌드’로 바꿔라

최근 새롭게 단장한 CI들은 회사 이름을 뜻하는 문자나 창업주가 애착을 갖는 디자인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있다. 권위와 무게보다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감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로고에서 각진 모습이 사라지고 있고, 기업 이름도 아예 소문자(小文字)로 바꾸거나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하는 게 대세다.

한화도 소문자 사명(社名)에 흐느적거리는 듯한 세 개의 원을 사용했고, 작년 말 SK도 기존의 각진 마름모꼴 심벌과 딱딱한 글자를 부드러운 나비형상과 곡선 디자인으로 바꿨다. 올 초 CI를 교체한
금호아시아나도 ‘고객과 함께 아름다운 미래로 비상한다’는 의미를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 속에 담았다. 과거 빨간색 바탕에 하얀색 K자를 새긴 로고의 딱딱한 이미지를 한꺼번에 탈피했다.

SK그룹 권오용 전무는 “처음엔 지나치게 연약한 모습만 강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부드러움과 유연함으로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 SK가 행복을 전파한다는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의 손에서, 이름 달고 태어나는 CI들

‘트라이서클’(한화), ‘행복날개’(SK), ‘윙(Wing)’(금호아시아나), ‘희망구름’(LIG손해보험)….

요즘 CI들은 자기 이름까지 갖고 태어나고 있다. 이름도 한결같이 직설적인 것보다는 따뜻하고 상징적인 것들이 주종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CI에 이름을 붙이게 되면 고객들에게 기업정신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인식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CI들은 예쁜 이름만 달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세계적 CI 전문업체에 CI 개발을 의뢰하면서, ‘CI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고 있다. ‘행복날개’는 미국의 L&M이 개발했고, GS그룹, ‘KB star’(국민은행) 등은 미국의 랜도가 만들었다.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 ‘트라이서클’은 지금까지 한 번도 CI 디자인을 해보지 않았던 뉴욕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에 의해 탄생했다. 한화그룹 CI 교체 작업을 주도한 장일형 부사장은 “이번 CI를 CI로만 활용하지 않고, 커프스버튼, 귀고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