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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조금만 일어나도 학교 뺏기는 건 순식간"

전동키호테 2005. 12. 14. 11:24
"분규 조금만 일어나도 학교 뺏기는 건 순식간"
사학들 "이사 취소 규정 모호 … 독소조항"
 
부친이 설립한 대학교를 2000년 임시이사(관선이사)에게 넘겨주고 학교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 P씨는 "학교를 빼앗긴 일은 순식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재단의 회계 부정이 내부자에 의해 공개되면서 교수 등 학교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고,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졌다. 이어 교육부가 학교에 개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 현재까지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학교를 세운 설립자들은 P씨와 같은 일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 사학 관계자들은 개정 사학법과 관련, "개방형 이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남에게 접수될 수 있는 조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현재 위헌 논란의 대상인 개방형 이사제, 이사장 친족 등의 교장 취임 금지 조항 외에도 사학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조항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학 관계자들은 특히 개정 사학법 20조 2항과 25조를 독소조항으로 지목한다. 전주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이 조항 때문에 교육 당국이 재단 이사를 쉽게 바꿀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 법 20조2항은 이사들끼리 다툼이 생기거나 회계 부정 등으로 인해 '학교 법인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이 해당 이사들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에서는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라는 모호하면서도 폭넓은 문구가 이사 승인 취소 요건에 포함됐다. 또 학교장의 위법을 방조한 때, 교육 당국의 학교장에 대한 징계 요구에 불응할 때 등에도 이사를 취소할 수 있게 해놨다. 이에 따라 이사 중 한 명이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거나 학생과 교수 간 분규가 일어나면 교육 당국은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개정 사학법 25조는 20조2항에 따라 이사 승인이 취소된 자리를 임시이사로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숭실대 김경근 교수는 "사소한 문제로도 사학 운영권이 넘어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단 임시이사 체제가 되면 옛 재단 이사장이나 설립자가 학교 운영권을 되찾기 힘들게 된다. 법규 위반으로 취임이 취소되면 5년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고, 그나마 재적 이사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홍준.고정애 기자 kang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