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사진_農_들꽃

전국 첫 귀농자 동네 ‘장수 하늘소 마을’

전동키호테 2007. 8. 16. 13:09
  • “도시 탈출 3년… ‘멀티 농사꾼’ 됐어요”   전국 첫 귀농자 동네 ‘장수 하늘소 마을’
    각지서 모인 12가구 “농약·화학비료 쓰지 말자” “생산성 낮고 판로 좁아 고전… 2년 더 고생해야”
  •  

    3년 전 그들은 도시를 떠났다. 대부분 대학을 나온 30~40대 화이트칼라였다. 그들은 전북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 백화산 허리에 집을 짓고 동네를 들였다. 서울 부산 인천 전주 등 각지에서 모여든 12 가구. 농업에 초보인 이들은 동네 이름을 ‘하늘소 마을’로 짓고 “친환경적으로 농사지으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돌아 들어선 하늘소 마을엔 초록이 우거져 있었다. 마을을 열던 때의 어설프고 황량한 언덕이 아니었다. 촉촉한 빗속에 울타리 없는 아담한 집, 비닐하우스들이 숲과 어울렸다. 토마토 고추 옥수수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있었다. 

    • 마을 공동작업장에 어른과 아이 30여명이 저녁식사를 위해 모여들었다. 농사에 바쁜 7~8월엔 집집마다 세 끼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월~금요일 한 집씩 당번을 정해 저녁을 짓는다고 했다. 46세 동갑인 김진달·이진희씨 부부가 이날 준비한 메뉴는 카레라이스.

      부산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이씨는 “카레분말과 돼지고기만 빼고 나머지 재료는 모두 마을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공들여 길렀다”며 “소박한 밥상이지만 이웃끼리 하루 한 번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고 했다.

      저녁 먹으러 일찍 온 허윤행(38)씨는 유전공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서 9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논밭 2000평에서 벼 토마토 감자 단호박 고추 등을 재배한다. 그는 “일은 익숙해졌으나 생산성이 낮고 판로가 좁아 고전하고 있다”며 “적어도 2년은 더 지금처럼 고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골이지만 자동차 유지 등 기본생활비가 월 60만~70만원에 이르러, 저축했던 돈을 쓰면서 이웃마을 사과수확 등에 품을 팔기도 한다”고 했다.

    • ▲ 황명혜, 이진영, 허윤행씨(오른쪽 앞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토마토를 따고 있다. 천적(天敵) 등을 이용한 벌레 제거에 한계가 있어 판매되는 상품은 절반 이하에 머물고 있다. /김창곤 기자
    • 문원산(42)씨는 1100평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난해 100평의 계사(鷄舍)를 만들어 유정란을 생산한다. 그는 “귀농은 도시부적응자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척정신은 기본이며, 생산자·세일즈맨·고객관리자로서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했다. 유기농을 시도했지만, 애쓴 만큼 수확이 나오지 않는 데다 직거래 길도 스스로 뚫어야 했다. 처음 이주한 가구 가운데 적응이 힘들거나, 현실이 애초 추구했던 그림과 달라 3가구가 도시로 되돌아가 주인이 바뀌었다.

      주민끼리 마음을 트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귀농 배경이 저마다 다른 까닭에 의견 차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마을회관을 짓고, 공동직거래를 여는 일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진달씨는 “어른이 돼 만나서인지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막걸리 벗들로 친숙해지고 있지만 혹시 서로 지치지 않는지 배려하고 산다”고 말했다.

      까무잡잡한 아이들은 저녁을 먹은 후 몰려 나갔다. 아이들은 입주 후 태어난 두 아기에서 고교생까지 모두 22명이다. 읍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다니는 18명은 1㎞ 아랫마을까지 내려가 스쿨버스로 등·하교한다.

      마을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라 했다. 3~4년 나이 차에도 몰려다니며 숨바꼭질을 하고, 개천에서 미역도 감는다. 헤엄은 저희들끼리 익혔다. 집집마다 다니며 TV를 보며 책도 읽는다. 세 자녀를 둔 이진영(38)씨는 “농어촌 특별전형도 있지만, 대학 입시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아이들 꿈대로 키워주려 한다”고 말했다.

      고1, 중2 자녀가 있는 이진희씨는 “특별한 물건을 사거나 영화를 보려면 전주에 나가야 하고, 도시 친구들을 만나면 내 아이가 뒤지지 않나 생각될 때도 있지만, 학원·과외로 내모는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입주 때 맺은 10여 가지 약속 대부분을 지킨다. 농약과 화학비료, 그리고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제와 비누·치약은 쓰지 않는다. 재래식 화장실 분뇨는 텃밭 거름으로 활용한다. 집집마다 창포·부들 등을 심은 작은 연못을 둬 설거지 물을 정화한 뒤 흘려 보낸다.

      공동작업장과 통신망, 지하수 가동 등을 위해 다달이 들어가는 비용은 갹출한다. 마을 사무장 황명혜(38)씨는 “도시와 시골의 중간 지대에서 집집마다 바삐 생활하는 가운데, 적게 쓰고 이웃을 배려하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마을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 ▲ 하늘소 마을 주민과 아이들이 나란히 섰다.
    • ◆하늘소 마을 

      전국 첫 귀농자 마을이다. 2004년 귀농 도시민 12가구가 집을 짓고 그해 9월 1일 개촌(開村)했다. 영농조합도 구성했다. ‘자연순환농업’ 시범마을을 만들겠다는 장수군의 시책과 맞물린 것이었다. 주민들은 군유지 2만평 가운데 5000평을 매입해 동네를 들였고, 1만5000평은 임차해 농사를 짓는다. 11가구 가장이 30~40대이며, 나머지 1가구는 50대다. 대학생 2명을 제외하고 모두 45명이 산다.    *^^*

    '10_사진_農_들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蘭에 흰꽃이 피었어요..  (0) 2007.08.21
    강원도 태백순두부집  (0) 2007.08.20
    현장 숙소를 보여드립니다.  (0) 2007.08.01
    기자 출신 59세 처녀농군  (0) 2007.07.16
    제54회 보도사진상 - '달빛 하트'  (0) 2007.07.13